감 독 : 이연우 출 연 : 김윤석, 정경호 제 작 : 씨네2000 배 급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국 가 : 한국 상 영 : 117분 장 르 : 액션 개 봉 : 2009. 06. 11.
■ Review
[맥스무비=박정민 기자] 김윤석은 이번에도 달렸다. 전작인 <추격자>에서 얼굴이 눈물, 콧물, 땀으로 범벅이 되고 셔츠와 바지까지 땀으로 적실만큼 달렸던 그가 <거북이 달린다>에서도 만만찮게 내달렸다. 비단 열심히 달린다는 것 말고도 그가 이번에 맡은 역할과 영화의 줄거리는 어쩔 수 없이 <추격자>를 떠올리게 한다.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도, 범인에게 휘둘려 매번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거북이 달린다>는 주로 코믹한 설정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점에서 <추격자>와는 궤도를 달리한다. 액션 드라마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에겐 코미디가 먼저 떠오르는 영화다.
영화는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사라고는 하지만 마을 내의 소소한 일들을 꿰고 있는 이장에 가까운 필성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한량에 가깝다. 밖에서는 그나마 형사라고 큰소리치며 목소리에 힘을 주고 다니지만 집에서는 마누라와 딸의 눈치만 보는 신세이다. 그러던 그에게 가장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바로 소싸움대회에서 큰돈을 따게 된 것. 필성은 눈썹을 휘날리며 돈을 찾으러가지만 기태에게 돈도 빼앗기고 설상가상으로 죽도록 얻어맞는다. 이때부터 기태를 잡기 위한 필성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거북이 달린다>는 <추격자>로 한국영화계에서 확실히 입지를 굳힌 김윤석의 차기작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전작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하며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그가 이번엔 수더분하고 순박한 모습의 형사로 분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힘을 뺀 연기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김윤석은 이번 영화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에 코믹이라는 장르를 하나 더 덧붙였다.
옆에서 보기 답답할 정도로 무모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필성과 그를 돕는 어수룩해 보이는 동네 친구들, 필성을 엄마처럼 감싸는 어린 딸까지 영화 속 캐릭터들은 내내 실소와 폭소를 자아낸다. 필성의 몸은 도무지 형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둔하고 느리며, 심지어 기태와의 한 판 승부를 위해 형사로서 수치심을 감수하고 필살기까지 배운다. 이런 필성에게 기태는 비웃으며 한 마디를 남긴다. “너 형사 맞냐?” 필성 일행의 고군분투한 범인소탕작전을 보고 있노라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각본과 감독을 겸한 이연우 감독은 느리고 태평한 충청도 특유의 말투와 분위기를 캐릭터들 속에 효과적으로 녹여내며 영화 속에서 잡아낼 수 있는 유머를 최대한 끌어내는데 역량을 발휘한다. 아울러 잔혹하고 냉철한 탈주범을 연기한 정경호와 필성을 닦달하는 아내 역으로 2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견미리, 그리고 탈주범 기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다방 종업원으로 출연한 선우선의 연기는 영화의 재미에 힘을 보탠다.